여론조사 결과, 아전인수 대신 해석이 필요합니다
- 작성일2023/03/2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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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셋째 주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었으며, 이로 인해 '보수 과표집' 논란이 여의도에서 불거졌습니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당시에는 민주당과 진보성향 컨설턴트들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시작되면서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해석했습니다. 이것이 맞을까요? 보수층이 진보층보다 여론조사에 더 많이 참여하면 보수정당의 지지도가 높아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조사결과가 실제 여론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해야 할까요?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우리 국민의 진보-중도-보수 비율은 정해져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각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 비율은 고정적일까요, 아니면 변동할까요? 아래 그래프는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의 여론조사기관이 수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입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왼쪽 그래프는 2022년 10월 첫째 주부터 2023년 2월 셋째 주까지 응답자들의 이념성향을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이념성향을 알아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념성향을 유추할 수 있는 질문을 하고 응답을 계량화하여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한미동맹, 국가보안법, 대북 지원, 성장 vs. 복지, 기업 vs. 노동, 세금, 공기업 민영화, 학교 체벌, 사형제, 집회의 자유 등과 같은 주제가 이념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 자주 사용됩니다. 이런 주제에 대한 개인의 의견은 종종 신념화되어 비교적 고정적인 진보-중도-보수의 비율을 보여줍니다.
NBS 설문 문항 - 주관적 이념성향 |
두 번째 이념성향 파악 방법은 직접적인 질문입니다. 응답자가 자신의 이념성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주관적 이념성향'으로 구분됩니다. 그러나 주관적 이념성향은 선거 결과나 정치적 이슈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이 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실망스러워서 이념성향을 감출 수도 있습니다. 이로 인해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중도라고 답하는 비율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와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주관적 이념성향에 대한 응답 비율을 비교하였습니다. 2017년에는 진보성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2%였지만, 2022년 대선 직후에는 28%로 줄어들고 중도층은 26%에서 3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NBS 조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진보 응답 비율이 보수보다 높은 시기는 11월 1주부터 5주 사이입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해보세요. 그 시기에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지른 유일한 시기입니다. 앞서 '착시'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정당 지지도는 별 의미가 없어집니다. 진보 응답이 많으면 민주당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보수 응답이 많으면 국민의힘의 지지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해석(解釋). 문장이나 사물 따위로 표현된 내용을 이해하고 설명함.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설명하는 해석의 뜻입니다. 여론조사 결과 해석은 개인의 입장에 따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숫자가 보여주는 의미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아름다운 책 '코스모스'에서 무한하고 신비로운 우주의 기원, 구성, 질서, 역사, 과학 등을 인문학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마지막 부분 중 한 문장을 인용하며 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코스모스를 우리가 원하는 코스모스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사람들의 생각을 똑바로 읽고 정확하게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
여론조사 & 데이터 컨설팅 전문기관 <티브릿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