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성의 여의대교] 프레시안에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 작성일2023/04/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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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아침밥'으로 값싸게 먹는다. 무엇을? 지지율을!
[박해성의 여의대교] '여의도 아저씨'의 세상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 기사입력 2023.04.12. 06:02:11
'여의대교' 연재를 시작하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정치·선거·공공정책 여론조사와 데이터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티브릿지'의 대표, 박해성입니다. 오늘부터 한 달에 두 번 '박해성의 여의대교'라는 칼럼을 통해 여러분을 만날 예정입니다.
한강을 건너 여의도로 들어오려면 세 개의 다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원효대교, 마포대교, 서강대교입니다. 저는 주로 마포대교를 이용해 집과 회사를 오갑니다. 국회대로 76가길에 자리한 회사 사무실에서는 시원하게 한강을 가로지르며 놓인 서강대교의 모습이 창밖으로 보입니다. 날씨와 계절의 변화가 언제나 새로운,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여의도. 한국의 정치와 금융을 상징하는 섬입니다. 여의도공원을 가운데 두고 서쪽은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의 공간, 동쪽은 최근 다소 옅어진 느낌이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금융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의도 사람들끼리는 편의상 서여의도, 동여의도라 부르곤 합니다. 티브릿지는 2009년 설립 이후 서여의도를 떠나본 적 없는 토박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저의 주 업무는 어떤 문제와 관련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할 방법을 설계하고, 여론조사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숫자로 표시된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일입니다. '숫자로 세상을 읽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 또는 '데이터 컨설턴트'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저는 또한 정치적 현상이나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씁니다. 오랫동안 국회와 정당에서 일한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나 정치처럼 골치 아프고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여의도 아저씨'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의도와 여러분을 직접 연결하는 가상의 다리, '여의대교'를 자처하고자 합니다.
'천 원의 아침밥'이라는 '스몰 딜', 그 뒤에 숨겨진 것은…
최근 이슈인 '천 원의 아침밥'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정부는 예산을 늘리겠다고 약속하고, 여당 대표는 한달음에 대학으로 달려가 학생들과 밥 먹는 장면을 홍보합니다. 야당은 정책 확대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하고, 우리는 연일 관련 기사와 보도를 접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의 아침을 책임지겠다는 정책은 청년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물론, 기성세대에게도 따뜻하고 흐뭇하게 느껴집니다.
지난해 취임 초, 윤석열 정부는 인사와 외교 분야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하며 지지율이 반토막 나는 경험을 합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시작된 시리즈가 일종의 감성형·생활형 접근들이었습니다. '작은 접근방식'(small deal·스몰 딜)이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고생은 선수들이 했는데 왜 축구협회가 배당금을 더 많이 가져가느냐" 대통령의 이 발언, 기억하시나요? 작년 12월 9일 축구 국가대표팀 포상금 관련 메시지였습니다. '만 나이' 도입, 화물연대 파업 강경 대응, 석가탄신일·성탄절을 포함하는 대체공휴일 확대, 노조 회계장부 공개 압박 등도 같은 맥락의 정책들입니다.
최근 '천 원의 아침밥'은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오는 가운데 등장한 새로운 아이템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우지만, 정작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시킨 건 이런 작은 접근법이었습니다.
특징이 뭘까요? 일단 시민들의 생활 체감도가 높습니다. 만 나이, 대체공휴일, 아침밥 등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갈등을 불사하는 '어려운 길'을 피하는 대신, 상황에 대한 감성적 프레임을 통해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체감효과가 높습니다. 축구 포상금, 화물연대 파업, 노조 회계장부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효과가 분명했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스몰 딜은 지나치게 야심찬 계획이 아니므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습니다.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하는 게 아니므로 정책 효능감이 상승합니다. 전면적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므로 저항이 적습니다. 사소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당사자 만족도는 크게 높아집니다.
취임 직후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20% 수준까지 떨어졌던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연말·연초를 거치며 30%대 중반까지 회복됩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주 69시간으로 촉발된 근무제 논란,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대응 등에 대한 실망으로 최근 다시 하락 추세입니다. 지난 5일 재보궐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여권은 어지간히 긴장한 기색입니다. 어쩌면 조만간 또 다른 스몰 딜이 등장해 국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하는 건 아닐까요?
뉴스와 숫자 뒤에 숨겨진 이야기, 시작해 보겠습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4월 10일이니 1년을 앞둔 시점에서 칼럼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주로 다양한 언론과 소셜미디어(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치권 소식이나 여론조사 결과를 접하실 겁니다. 크고 작은 뉴스들, 때맞춰 쏟아져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들, 그에 대한 해석들이 이러쿵저러쿵 넘쳐날 시기입니다.
누군가의 주장이나 의견을 믿고 따르기에 앞서 표면화된 이슈의 속사정, 발표된 숫자 이면의 속뜻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급적 어렵지 않게 '안내'를 해보겠습니다. 여의도의 소식이 왜곡되지 않고 한강을 잘 건너가 여러분을 만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사실에 근거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든든한 다리 역할을 잘해보고 싶습니다.
기사 링크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41115081933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