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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빅데이터 선거, 눈 앞의 승리를 놓치지 않기 위한 기본 전략
    • 작성일2023/05/04 16:07
    • 조회 154

    일수허저(一手虛著), 전국치패(全局致敗) - 한 수를 잘못 두어도, 한 판을 지게 된다.

     

     

    조선 성리학의 태두인 퇴계 이황 선생의 영정 / 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퇴계 선생이 박순(朴淳)이라는 참판에게 보낸 편지글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바둑 두는 자를 보지 못했더란 말입니까? 한 수만 잘못 두면 전체 판이 잘못되고 맙니다.”라는 대목 중 일부입니다.

     

    이 구절은 매사에 충실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선거 캠페인의 관점에서 보면 티브릿지가 중요시하는 본질에 가까운 명언입니다. 선거는, 이른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세계입니다.

     

    2004년 국회의원 선거는 한국 선거 역사에서도 매우 드라마틱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여 민주 진보 진영이 분열되었습니다. 그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2002년에 발생한 '차떼기'라는 불법 대선 자금 전달 사건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과 야당의 유리·불리를 따지기 어려웠습니다.

     

     

     

     

    선거 한 달 전, 한나라당은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탄핵 선거'가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탄핵이 국회에서 통과될 당시 여론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70%에 이르는 정도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었고, 한나라당은 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는 50석도 못 얻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선거가 약 20일 남은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의결에 대한 반발이 극에 달았습니다. 3월 23일, 한나라당은 박근혜 당 대표를 선출했습니다. 신임 대표는 여의도 당사를 팔고 허허벌판에 '천막 당사'를 설치했습니다. "마지막 기회를 달라"는 호소를 막바지 선거 전략으로 채택했습니다.

     

     

     

     

    며칠 뒤인 3월 26일, 당시의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국민일보 대학생 기자들과 만나게 됩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에게 한 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중략)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네, 잘 알려진 '노인 폄하' 발언입니다.

     

    정동영 의장의 실수는 총선 결과를 완전히 뒤집어놓았습니다. 열린우리당은 예상했던 무난한 200석을 얻지 못하고 152석에 그쳤으며,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어 기사회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정동영 의장 개인의 정치적인 커리어에도 결정적인 한 방이 되었습니다.

     

    2004년 총선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선거 캠페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슷한 크고 작은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살펴보겠습니다.

     

     

     

     

    A선거구는 a구와 b구라는 두 개의 구로 이루어진 복합선거구입니다. 복합선거구는 두 개 이상의 기초자치단체(구·시·군)가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이루는 형태를 말합니다. a구의 선거인수는 4만 명도 되지 않고, b구는 약 14만 명입니다.

     

    2016년에도 A선거구에서 출마한 홍길동 후보는 당시 15%포인트 차로 약 1만 2천 표 차이로 상대 후보에게 패했습니다. 그 당시의 득표율은 41%이었는데, a구에서는 38%로 이보다 낮았고, b구에서는 42%로 조금 더 높았습니다.

     

    홍길동 후보는 2020년에 다시 출마합니다. 이제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요? 선거인수가 3배 이상 더 많고, 홍길동 후보에게 더 호의적인 b구를 중점적으로 공략해야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홍길동 후보는 계속해서 a구를 방문합니다. 주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한 시장이 그 동네에 있거든요. 돌고래시장이라고 해봅시다. 거기에 가서 유세를 하고 인사를 나누며 명함도 나눕니다. 북적북적 시끌벅적한 인파가 모여 선거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약 6천 표의 차이로 다시 패배합니다. a구에서는 12%포인트로 약 3천 표 차이, b구에서는 5%포인트로 약 3천 5백 표의 차이가 났습니다. b구에 좀 더 집중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요? 홍길동 후보에게는 많은 아쉬움이 남은 결과였습니다.

     

    당시 홍길동 후보의 핵심 참모는 한탄합니다. 돌고래시장 주말 인파는 대부분 관광객들이었는데, 사람이 많은 곳에 가고 싶어하는 후보자를 b구로 유인할 근거가 없었다고요.

     

     

     

     

    만약 데이터가 있었다면 어떨까요? 토요일 오후 6시에 돌고래시장에 몰렸던 사람들은 1만 명인데, 그 중 9천 5백 명은 관광객이었고, 유권자는 상인들을 포함해 오백 명에 불과했습니다. 그 투표소 직전 선거 결과는 경쟁 후보가 40%에 비해 55%를 차지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제시했다면 홍길동 후보는 돌고래시장에 마지막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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